저번 주 금요일에 좀 우울한 기사가 올라왔다. 핸디소프트의 코스닥 상장 폐지에 관련된 기시다. 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SW) 솔루션 업체인 핸디소프트의 코스닥 퇴출 결정은 현재 대한민국의 SW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위원회는 지난 17일 저녁 핸디소프트의 개선계획 이행 및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사결과 상장폐지라는 심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로써 핸디소프트는 오는 21일부터 3월2일까지 일주일간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코스닥시장에 퇴출된다.

정부에서는 SW 산업을 살리겠다고 이런저런 정책들,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언론에서는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럴까?). 하지만 이들 정책들 중에서 실제로 현업에 반영된 부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 역시 SW 솔루션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이며 개발자로서 10년 넘게 이 세계에서 생활해오다보니 정말로 불합리한 관행들부터 시작해서 어처구니 없는 인식들이 주변에 많이 깔려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실제로 건설 하도급 관행도 엄청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이 SW 산업의 하도급 구조다. 갑-을-병-정의 하도급 구조들 중에서 '을'에 해당하는 대형 SI 업체들이 그냥 쳐먹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해서 '쳐'먹는다고 했지만 '병'이나 '정'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정말로 '쳐'먹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한민국의 SW 산업구조는 솔루션 기반이 아닌 SI 기반이다. 솔루션을 갖고 있어도 솔루션 자체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각 기업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처럼 적당히 인터페이스 정도(API 연동과 UI 개선 등)로 끝나면 좋겠지만 이건 아예 내용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솔루션인데 기업별로 버전이 달라서 아예 다른 솔루션으로 탈바꿈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내부적으로 솔루션 버전 관리는 꿈도 못꾸고 그냥 그때그때 맞춰서 새로 제작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인식이 쫙 깔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SI 기반이기 때문에 SI 업체들을 끼고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는데 '갑'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이나 정부는 이른바 신뢰할 수 있는 기업만을 쓸려고 한다. 이른바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서 그렇다는 것이며 또한 실무담당자가 윗선에 보고할 때 좀 더 안정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위해서라도 대형 SI 업체를 '을'로 선정한다. 또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도 대형 SI 업체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 SDS, SK는 SK C&C, LG는 LG CNS 등이 대기업에 계열사로 되어 있으면서 이들 업체들로부터 가장 먼저 오더(order, 할 일꺼리 -.-)를 따오는 업체다.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프로젝트가 뜨면 먼저 이들 업체들에게 오더가 돌아가며 이들이 나머지 일들을 할 다른 SI 업체들을 선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SW 산업의 구조다.

솔루션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가 말도 안되는 하도급 구조를 지녔는데 무슨 SW 산업의 발전을 바라겠나. 핸디소프트와 같은 그래도 나름 이름있고 탄탄하다고 생각했던 SW 업체도 팍팍 나가떨어져나가고 있으며 안철수연구소나 한글과 컴퓨터와 같은 국내 SW 산업을 버티고 있는 기둥들도 불안불안하게 느끼는 것도 다 이런 사정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나마 나아졌다고 하지만 SW를 하드웨어(HW)의 부속물처럼 여기는 인식도 SW 산업 발전저해에 일조하고 있다. 보통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할 때 50억짜리 프로젝트인 경우 서버 등의 하드웨어 구입에 얼추 35~40억정도 들어간다. 5~10억정도는 오라클이나 유닉스, 윈도, SQL Server 등의 플랫폼(OS, DB) 구축에 들어간다. 나머지가 운영 SW 등 실제 개발에 들어가는 SW에 들어가는 돈이다. 이 중에는 워크샵 비용도 포함되곤 한다(뭐 프로젝트 잘해보자라는 의미의 워크샵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왜 프로젝트 전체 비용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 아마 순수 SW 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50억중 10%정도인 5억정도가 될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또 이 돈을 SW 개발업체들이 균등하게 나누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갑-을-병-정으로 진행될 때 갑이 돈을 지불한다고 하면 을이 얼추 70% 가져간다.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관리한다는 명분하에 말이다. 그리고 병이 한 20%정도 가져가고 나머지 10%을 정이 가져간다. 그런데 을은 보통 한 업체가 맞는데 병의 경우 2~3업체가 붙으며 그 밑으로 정은 한 10개의 업체가 붙는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는 보통 그렇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은 50억짜리라도 말단의 정은 500만원도 채 못받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구조다.

게다가 프로젝트 기간은 턱없이 짧다. 무한경쟁시대라고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입장에서는 기간이 짧으면 짧을 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데 SW 개발은 마구 쪼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개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기계가 개발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개발한다. 사람은 피곤을 느낄 수도 있으며 과로하면 능률도 안오른다. 게다가 죽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며칠씩 밤새고 일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건강악화 밖에 없다). 하지만 무조건 싸게, 그리고 빨리 개발하라고 갑-을이 쫀다. 돈받고 일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이런 구조에서 무슨 SW 산업의 발전을 바라나? 대기업 위주의 프로젝트 기반, 대형 SI 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다 가져가는 현실, 실력은 안보고 무조건 이름있고 큰 SI 업체만을 선호하는 대기업 담당자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SW 산업의 발전은 정말로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향후 클라우드 기반으로 IT 산업이 개편될 가능성이 큰데 이러면 현재까지 겨우 근근히 먹고 살았던 SI 업체들의 줄도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클라우드에 대비했다면 모를까 중소형 SI 업체들은 겨우 현재의 기술 기반으로 먹고 살면서 새 기술에 대한 대응은 꿈도 못꾸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지금도 문제 생기면 새벽에도 잠도 못자고 나가서 일해야 하는, 일주일에 2~3일씩 밤새야 겨우 납기일에 맞추는 현실 속에서 말이다.

국내 SW 산업의 발전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저 말도 안되는 인식과 산업 구조부터 바꾸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저게 안바뀌면 국내 SW 산업 발전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ps) "사무실 놔두고..." SW 개발 말만 '원격근무' (아이뉴스24) <- 이런 요구도 하고 있으니 SW 발전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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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G덴드로
    2011/02/21 09:25

    '정' 회사에서 일하는 '무'쯤에 해당하는 개발자는 그냥 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자로 성공하려면 이민가야 합니다. -..-;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777jindong BlogIcon 컴투스
    2011/02/21 10:41

    아......안타까운 소식이네요ㅠㅠ
    한국은 SW개발사가 버티기엔 힘든 곳이려나요 ㅠㅠ

  3. 추세관망
    2011/02/21 11:14

    제가 바로 그러한 SI업체에.... 쿨럭...
    때론 그런생각도 합니다.
    핸디소프트나 티맥스 같이 솔루션업체들은 죽어나가지만 차라리 인력소싱하는 회사들은 개발자들이 벌어오는 피땀같은 돈가지고 회사 굴리면서 쉽사리 망하지는 않더라구요.
    점점 정규직보다 계약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계약직이 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이 불안정하다는 것의 반증이죠.
    회사로서는 정규직을 원하겠지만 원천징수다 연금이다 떼어가는 것이 많아 국가에 대한 불신, 회사에 대한 불신은 높아져만 가고. 그저 3.3%만 떼고 받아가는 계약직을 선호하지만...
    얼른 이 업계를 떠나고 싶어요~ ㅎㅎ

  4. Favicon of http://pavlo.kr/ BlogIcon PAVLO_Manager
    2011/02/21 14:24

    정부에서 과연 SW개발에 제도적 지원을 제대로해주고있는지
    심히 궁금해집니다.................
    휴...

  5. Favicon of http://zziuni.pe.kr BlogIcon zziuni
    2011/02/21 17:56

    우리나라 SI는 쓰레기죠. 사람이 쓰레기인게 아니라 시장이 쓰레기입니다.
    시장이 쓰레기이므로 그중에 간혹 옥석인 인력이 있어도 쓰레기에 뒤덥힐 뿐입니다. (한 3,4분 본것 같습니다. 정말 일 잘하시는.)
    그래서 그 판돈이라도 챙기고자 프리를 뛰게 되죠.
    그건 다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양산하고 시장은 다시 쓰레기로.
    대형 SI업체 아래의 업체들도 피해자인척 하지만,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월급이라도 줄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무리한 프로젝트인줄 뻔히 알면서 사람을 넣습니다.
    바로 '어떻게든 되겠지', '봐 하면 되자나.' 류죠.
    책임질 수 있는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함에도 인력소싱업체에서 뻔~히 거짓말인 가짜 프로필의 초급개발자들 잔뜩 넣습니다.
    물론 그러고 사장이 무슨 대단한 호의호식을 하는건 아니므로 가해자란 표현이 오버일 수 있지만,
    진짜 '우린 착취만 안당하면 정말 잘~!!' 이라고 할 개발력을 가진 업체가 몇군데나 될지 의문입니다.
    뭐, 틈을 줘야 자기개발을 하고, 잘 만들죠.
    게시판을 몇시간만에 만드냐가 초중고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SI는 하고 싶지 않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 Favicon of http://poem23.com/author/%ED%95%99%EC%A3%BC%EB%8B%88 BlogIcon 학주니
      2011/02/2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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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밀어넣고 쪼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한지라 그게 문제죠..
      시장도 문제, 사람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6. Favicon of http://www.rainlethe.com BlogIcon 레인레테
    2011/02/21 19:25

    읽고... 진심으로 슬퍼졌습니다....

    - SI 업체 근무자 1인.


  7. 2011/02/21 20:28

    핸디는 행자부 ERP쪽 솔루션 납품이 상당히 많았던 걸로 압니다.

    국방쪽도 핸디 소프트를 썼던걸로 알고요.. (요건 15년은 된 얘기지만.)

    정부에서 외국계 S/W말고 국산 S/W 사용을 하기 위해 썼었지요.

    티맥스도 그렇고요.


    대기업 주도의 SI 사업에서 솔루션업체들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없는건 아니지만,


    KT Data나 티맥스 같은 경우엔 외부 문제보다는 내부 문제가 더 크지 않았나 싶네요.

    KT Data도 UniSQL에 Zeus제품이 많이 사용됐죠. (통신이나 방재쪽 GIS 시스템이 그렇습니다만.)


    납품 솔루션이 많으면 워런티 계약만 해도 회사 유지는 어느정도 될 것 같은데,

    참 .. 안타깝네요.

    한컴도 그렇고 토종 솔루션 업체들이 힘을 못 쓰니.

    • Favicon of http://poem23.com/author/%ED%95%99%EC%A3%BC%EB%8B%88 BlogIcon 학주니
      2011/02/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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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맥스의 경우 내부적으로 어떻게든 변화를 꾀하려다가 발목잡힌 케이스고요.
      핸디의 경우도 역시 내부적으로 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다가 발목잡힌 케이스지요.

  8. m.m
    2011/02/21 22:06

    글 내용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핸디와 댓글에도 나온 티맥스는 내용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압니다.
    핸디와 티맥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S/W업계의 참담한 현실을 가장 크게 덕본 업체들 입니다.
    그리고 이 두 곳의 공통점은 국민의 고혈-세금(공공, 금융-IMF이후-)으로 성장하였으나
    자신들의 ???으로 이 지경까지 이른 업체들입니다.
    상당히 잘못 알고 계신 듯 합니다.

    • Favicon of http://poem23.com/author/%ED%95%99%EC%A3%BC%EB%8B%88 BlogIcon 학주니
      2011/02/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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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 무리한 확장으로 발못잡힌 케이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fstory97.blog.me BlogIcon 숲속얘기
      2011/02/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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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은 봤죠. 맞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 성장하지 못한것도 어쩌면 그 덕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이 무너지자 속절없이 사라지는거죠.

      안랩과 한컴은 어떨까요 ?
      이스트소프트도 계속 유지가 가능할까요 ?

  9. Favicon of http://www.cyworld.com/virtuosohigh BlogIcon 정말
    2011/02/23 14:06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비록 문과생이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네요.
    물론 자본주의라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 무슨 SW산업을 살리겠다고...

  10. Favicon of http://www.sis.pe.kr BlogIcon 엔시스
    2011/02/24 12:38

    새로운 산업구조를 재편할수 있는 획기적인 비바람이 한번 불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모바일은 아이폰이 선봉에 섰지만 이러한 si IT산업구조는 참 어렵겠지요.

    • Favicon of http://poem23.com/author/%ED%95%99%EC%A3%BC%EB%8B%88 BlogIcon 학주니
      2011/02/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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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구조 개편이 과연 이뤄질지 역시 의문이지요.
      현재의 대한민국 IT 산업구조로 봐서는 도저히.. -.-;

  11. W
    2011/03/01 22:32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건전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변화가 너무 절실하고 시급합니다.